<이웃집 홈리스>

천근성

Artist

천근성
'예술이 사회적 문제 해결에 별난 힌트가 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설치, 영상, 퍼포먼스, 교육 등 다양한 형식의 작업을 해왔다. 예술이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닌, 사회적 대화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믿는다. 사각지대의 공간, 사물, 사람들을 예술 안에서 재배치, 재조명함으로써 우리가 처한 문제의 영역을 개인적 지대에서 사회적 지대 - 더 나아가서는 환대의 지대로 넓히고자 한다. 주요 작업으로는 ⟪안녕 배달⟫, ⟪서울아까워센타⟫, ⟪이웃집홈리스⟫ 등이 있으며, 적정예술그룹 ‘피스오브피스’ 대표를 맡고 있다.




나타났다 사라졌다 - 출몰 개요


✧ 출몰지
서울역 부근


✧ 출몰일시
2023.09.27일(수) 9:30- 12:30
✧ 출몰 내용 서울역 일대에 산 지 어느덧 8년 차. 어느 겨울 한 홈리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을 건네받은 후부터 홈리스는 자주 눈이 가는 이웃 되었다. 물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멀게 느껴지는 이웃들과 어떻게 호혜로 연결될 수 있을지 조심스레 부딪혀 보고자 한다.

✧ 출몰 방법
수리도구가 든 수레를 이동하며 서울역 일대 홈리스의 집을 개보수하며 관계맺기를 시도합니다. 집 수리를 해 주는 대신 작가를 그려주거나, 노래를 불러주는 것으로 수리의 값을 받습니다.
수리의 값 (부채와 균형): 집수리를 도와주는 대신 그림으로 보상을 받는 이 프로젝트는 댓가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단순한 봉사와는 구분된다. 이는 거래(deal)의 개념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양의 'give and take' 개념과는 다르게, 이 프로젝트는 교환의 가치가 반드시 1:1 비율에 근접해야 한다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처음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 그림은 용기가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그림의 가치가 집수리의 노력을 초과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는 교환 가치의 불균형을 유도하며, 이 불균형은 마음 속에 부채감을 남긴다. 부채는 서서히 균형을 만들어 내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 교환의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웃으로 남길 바란다.




Interview


나의 ‘출몰지’(장소)를 소개주세요.
지도 링크

서울역 근처입니다. 집 근처라 매일 지나치는 곳이자, 사람들이 모여들고 흩어지는 곳입니다. 여기는 사회의 다양한 계층이 공존하며, 유아차에 탄 아들과 산책하는 곳

사건과 사고 (프롤로그) 보기︎︎︎




‘출몰지’를 그곳으로 선정하게 된 이유나 기준이 있을까요? (그동안의 작업 리서치 과정이 답변에 드러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유아차와 함께 서울역 일대 동네를 산책하며 그동안 보이지 않던 존재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을 노숙자, 빈민, 홈리스, 거주지가 고정되지 않은 사람 등으로 부릅니다. 이슬이 맺히지 않는 적당한 자리에 박스나 텐트로 몸을 은폐하거나 또는 군집을 이루고 난장을 피워 주변을 어수선하게 만들어 지나가는 행인들이 함부로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같은 장소에 있어도 모른체 하는 것이 암묵적 예의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 한 노숙인으로부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를 건네받은 후부터 더 이상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 인식되었고, 거리나 광장에 있어도 ‘고유의 자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혜, 시혜, 봉사가 아닌 이웃 대 이웃으로 개인 대 개인으로 호혜적 관계를 추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번 ‘출몰’을 통해서 만난 혹은 발견한 것(옵드라데크*)이 있다면?
* 옵드라데크는 도시와 도시 간의 격차, 쓸모와 쓸모 있는 것을 구별하는 공간과 장소의 격차에서 나타나며  비인간, 사물, 기능성을 요하지 않은 물성으로 등장합니다. 지난 2년간 <욕망이 빠져나간 자리>를 탐색한 여정에서 빠져나간 자리에 비어있지 않은 자리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 실체적인 이미지를 작가들이 생각하는 옵드라데크 개념으로 자유롭게 써 주시면 됩니다.
매주 수요일 새벽 동이 틀 무렵 서울역 12번 출구에 종이박스, 나뭇가지, 귤껍질, 돌멩이, 깡통 등 길거리에 버려져 있던 사물들이 일렬로 나란히 줄을 섭니다. 종이박스 위에는 이름이나 자신만 알아보는 사인이 매직으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100개의 사물들은 정오가 되어서야 사물에서 사람으로 줄이 바뀝니다. 이어서 찬송가가 흐르고 목사님의 설교와 기도가 끝나면 믹스커피, 사발면이 든 검은 봉지를 하나씩 건네받고 줄은 사라집니다. 이후 폐지를 줍는 노인이 널브러진 종이 박스를 추스릅니다.


이번 ‘출몰’에서 기존에 작가님이 해 오던 작업스타일(전시, 퍼포먼스 등)과 다르게 시도해보려고 했던 지점은 무엇인가요?
지속성입니다. 그전에는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시도를 해본 것에 만족하고 멈추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사업이 종료되더라도 작업을 계속 이어가려는 ‘결심’을 한 것입니다.

아랫마을 홈리스 야학 집수리 전문가 ‘수리’
서울역 이웃으로, 프로젝트를 떠나 작업을 지속하려는 의지를 다지며 천근성 작가는 매주 수요일 아랫마을 홈리스 야학에서 집수리 수업 선생님으로 활동하였다. 집수리 전문가 ‘수리’로 수업하며 이웃들에게 도구 사용하는법, 재료를 활용해 가구만드는 법 등 수리의 기술을 나누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출몰’은 어떤 행위인 것 같나요?
직접 행동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주변 문제를 다른 사람이나 기관의 책임으로 돌리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습니다. 이웃으로서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출몰을 통해 용기를 내는 것입니다.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주 떠올랐던 감정의 팔레트를 만들어 본다면, 어떤 감정 단어들을 제시해줄 수 있나요?
연민, 부러움, 그리움, 두려움



작가에게 관계 또는 관계맺기란 무엇인가요?
배치(아장스망)입니다. 관계는 단순히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변화하는 환경과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재조정되고 재해석되는 것입니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 사이의 배치를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조절하는 의지를 갖는 것입니다. 그것은 상대방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 이상의 깊은 통찰과 이해를 필요로 하며, 그 과정에서 나 자신도 변화하게 됩니다. 관계 맺기란 능수능란하게 배치를 바꿀 수 있는 의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물돌봄
사물을 돌보는 것은 우리의 내면을 돌보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미용실이나 부동산에서 잘 가꾸어진 화초는 그 장소를 소유한 사람이나 관리자가 자신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세심하게 돌본다는 것을 반영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주변의 사물과 공간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관심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나타낸다. 결국, 돌봄은 타인이나 가족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스스로를 위한 중요한 행위이다. 우리의 주변 환경이 우리의 마음의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처럼,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주변 환경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관리하는 것은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장애가 있거나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 스스로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럴 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도움이 거창할 필요가 없다.


최근 <이웃집 홈리스> 작업에서 ‘서로를 그리기‘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집수리를 도와주고 대가로 그림을 받는 행위는 지불 능력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그림 그리기는 돈을 지불하는 것보다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어코 지불능력을 증명하는 빠른 길이자 즉석에서 무언가 만들어 내는 창조적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단순하면서 강력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서로를 기억하는 사건이 되기도 합니다. (대부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처음이거나 아주 오랜만이라고 말함.)

+ 후속편 
이웃집 홈리스 : 노점상 편
문화역 서울 앞 광장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가지고 온 물건을 풀어 놓는다. 이곳은 이웃 홈리스들이 거실처럼 모여들고 지나가는 곳. 옷, 도구, 갖가지 물건들이 펼쳐지자 그 곳을 지나던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하나 둘 씩 다가온다. 그리고 세워진 글귀를 발견 한다. ‘돈 안받아요 그림 받아요’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그림으로 값을 치뤄야 한다. 어색한 손놀림으로 작가의 얼굴을 쓱쓱 그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