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부군당>

봄로야

Artist

봄로야
<답 없는 공간: 근사한 악몽>(2016-2018)과 <다독풍경>(2019)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물질세계의 뒤죽박죽한 창발을 상상하며 도시와 몸의 불가분한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 사적 경험이 예술가와 타 분야 연구자 및 활동가 등과의 대화와 협업으로 통과되어, 다른 사건으로 전개 및 발화되는 지점에 관심을 둔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내러티브는 ‘우연적 해프닝’ 혹은 ‘사건 현장’의 단면처럼 표상하여, 드로잉, 텍스트, 미디어, 사진 아카이브 등 다양한 매체로 가시화된다.



나타났다 사라졌다 - 출몰 개요


✧ 출몰지
서울 한강공원-밤섬 부근 일대

✧ 출몰 일시
2023.09.23(토) 15:00-18:00
✧ 출몰 내용강을 따라 관광과 경제 기반을 중심으로 개발해온 공공재를 동•식물과 인간을 분리하지 않은 시선을 따라가보되, 인간-동물 관계적 측면으로 바라본다. 도시 내 보전•보호로 자연화된 존재와 풍경을 반복적으로 방문하며, 비인간인 생명체의 실존을 관망하는 실패감과 예술가이자 시민으로서의 실천 사이 미끄러지는 몸짓과 말을 기워낸다. 내적 생태 지도, 주어가 모호한 메시지, 시적 언어와 드로잉 등을 도시의 안전 표지판 및 안내 서비스의 프레임과 엮어 사념에 그치지 않은 체현을 실험한다,

✧ 출몰 방법 도시 개발과 기후변화로 철새에서 텃새가 된 민물가마우지의 시점으로 서강대교를 건너고 한강공원을 산책한다. 평소 지나치기 쉬운 표지와 장면들을 밤섬과 강의 물길, 주변 동•식물을 중심으로 함께 보고, 다시 쓰고, 고쳐 읽어본다.
사전모집 : 한강과 밤섬을 다른 눈으로 보고 싶은 분, 걷기와 몽상을 좋아하는 분, 속삭임과 투덜거림을 좋아하는 분 8인 내외
준비물: 걷기 편한 옷, 운동화, 개별 텀블러












Interview


나의 ‘출몰지’(장소)를 소개주세요.
지도 링크

  1. 4대강(2008.2~2013.2) 사업 관련 강줄기 탐방
    - 2022.09.21-09.23 전라북도 목포-나주 영산강 일대 [사진 보기]
    - 2022.10.21-10.23 경상북도 예천-영주 내성천, 낙동강 일대 [사진 보기]
    - 2022.12.01~2022.12.02 충청남도 부여-공주-세종
    - 2022.01-2023.11 서울 밤섬 인근 한강 공원

  2. 부군당
    - 이태원부군당
    - 밤섬부군당
    밤섬 부군당은 굿이 열리지 않으면 평소 문이 닫혀 있다. 내부는 9월 16일 밤섬 부군당 도당굿이 열릴 때 볼 수 있었다. 

  3. 호주 심슨 갭(Simpsons Gap)


목포-나주 영산강 일대

목포-나주 영산강 일대


밤섬 인근 한강 공원

이태원 부군당

밤섬 부군당

밤섬 부군당 도당굿

호주 심슨즈 갭



‘출몰지’를 그곳으로 선정하게 된 이유나 기준이 있을까요?
(그동안의 작업 리서치 과정이 답변에 드러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처음 본 공공예술사업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도시와 자연 생태 중 ‘강’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십여년 전의 4대강 사업의 여파가 문제가 있음에도 잘 그려지지 않는 미래의 장면이 무엇인지를 상상해야 했고, 그것이 비관적 풍경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역시 필요했다. 이를 위해 욕망이 빠져나간 자리가 또다른 욕망으로 채워지기를 반복하는 개발과 재개발의 현장이 함유한 시의성에 휩쓸리지 않고, 실제 장소의 과거, 현재, 미래가 흐르는 시간차를 직접 목도하고 감각해보고자 실제 강을 탐방하였다. 이러한 신체적 경험을 통해 홍수처럼 무작위로 노출되는 사회정치적 뉴스와 활동기, 연구 등과 직접 느끼는 감각의 차이를 보고자 했다.

리서치 기준은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의 주변 도시와 2022년 12월에 참여 작가와 기획자가 동행한 호주 리서치 트립 중 건기 때 방문한 맥도널 산맥의 강줄기인 심슨 갭 계곡이다. 이 중 한강은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어 있는 밤섬 인근으로 범위를 한정하여, 약 10개월에 걸쳐 2-3일에 한번씩 걷거나 달리며, 반복적으로 바라보았다. 장기간 관찰하며 직접 발견한 강 주변의 작은 변화 요소를 직접 발견하고 기록함으로써, 인간과 비인간이 맺을 수 있는 관계성을 실질적으로 체화해보고자 하였다. 또한,  4대강과 한강 개발 관련 뉴스를 시간순으로 정렬, 배치하기보다 앞서 말한 실재적 경험과 감각을 잃지 않고 매일 알고 배워나가는 감각으로 톺아보려 노력했다.



이번 ‘출몰’을 통해서 만난 혹은 발견한 것(옵드라데크*)이 있다면?* 옵드라데크는 도시와 도시 간의 격차, 쓸모와 쓸모 있는 것을 구별하는 공간과 장소의 격차에서 나타나며  비인간, 사물, 기능성을 요하지 않은 물성으로 등장합니다. 지난 2년간 <욕망이 빠져나간 자리>를 탐색한 여정에서 빠져나간 자리에 비어있지 않은 자리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 실체적인 이미지를 작가들이 생각하는 옵드라데크 개념으로 자유롭게 써 주시면 됩니다.
4대강 사업 후 실제로 본 강과 강 주변은 관광지로써 기능하며 관리되거나 보호받으며 지금도 아름답다는 표현 외에 잘 떠오르지 않는 풍광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난개발로 활용되지 않거나, 풀숲으로 덮인 생태공원, 지도에는 있지만 없는 선착장, 녹슬고 허물어진 펜스 등 인간이 개입한 흔적을 질기고, 강하게 넘나드는 힘이 느껴졌다. 인간중심적인 안전 표지판이나 덩그러니 먼지만 쌓인 각종 설명문이 하찮게 보였다. 동시에 그 힘을 지키려는 자의 메시지와 활동을 보며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무는 사람의 시간이 새롭게 짓는 레저용 구조물, 여전히 갈고 엎는 꽃밭, 준설 중인 공사 현장을 자연과 함께 넘나들었다. 또한, 호주의 경우 원주민의 역사와 신앙이 담긴 땅의 신성함과 야생 보호를 위한 민감 지역(Sensitive Area) 표시는 의미가 있었다. 이렇듯 인간의 필요로 인해 만든 장소와 그에 따른 지시를 포함하여 이를 넘나드는 비인간 요소가 이번 작업에서 나에게는 ‘옵드라데크’이다. 인간인 내가 작아지는 신체 경험이 그럼에도 내가 출몰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발견되는 크고 작은 출몰 현상 자체를 ‘옵드라데크’로 보고자 하였다.



이번 ‘출몰’에서 기존에 작가님이 해 오던 작업스타일(전시, 퍼포먼스 등)과 다르게 시도해보려고 했던 지점은 무엇인가요?
기존 작업의 경우 유사한 주제를 기록한 후 결과적으로는 수행의 시간을 모호하게 만들었었다. 예를 들어 201X, 2022.XX.XX 등으로 시의성이 포함되어 있지만 보편의 시간이 되어 타자에게 흡수되는 방식이다. 이번에는 기록 시간을 구체적으로 남기고, 리서치한 문서와 워크숍 참여자의 결과물을 영상, 드로잉, 웹 매체(노션과 아카이브 페이지), 텍스트에 비교적 정확히 작업의 일부에 녹여두었다. 출몰했던 지나간 시간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반복 수행하여 조금이라도 실천에 더 가까운 일상과 행동을 하기 위한 사적, 공적 근거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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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생각하는 ‘출몰’은 어떤 행위인 것 같나요?
앞서 언급한 ‘옵드라데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물질이 심신을 통과하여 나와 얽히며 출몰하는 현상 그 자체이다. 그 장소에 내가 들어간 순간 안과 밖이 아닌 나와의 관계로 인해 서로 출몰하여 그 장소가 나이고, 내가 그 장소가 되는 감각이 말이나 글로 앞서지 않게 의도적으로 느껴야 했다. 이를 위해 모든 장소에 오래 머물 수는 없었지만, 한강 밤섬 일대에 장기간 반복하여 걷거나 달리는 수행을 시도하였고, 결과적으로 그 행위에 그동안의 리서치 트립에서 얻은 단편적인 감각과 부군당의 민간 신앙, 심슨 갭에서 느낀 낯선 자연과 원주민 민간 신앙의 공명을 수렴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생태와 타자에 가져야 할 윤리와 책임을 감각하는 담론으로는 페미니즘과 환경정의에 관한 텍스트를 참조하였다.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주 떠올랐던 감정의 팔레트를 만들어 본다면, 어떤 감정 단어들을 제시해줄 수 있나요?
모순, 언캐니, 복잡함, 생경함, 분노, 죄책감 그럼에도 너그러움, 사랑, 함께 믿음



허구적 존재를 감각하기 위해 ‘덩굴이’, ‘안경민물가마우지’ 등의 서사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과의 괴리가 작업에서는 어떻게 활용되나요? 그리고 작가는 픽션적 존재를 어떻게 감각하고 그와 어떻게 관계맺나요?
허구적 존재를 감각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지난 작업에 등장한 ‘덩굴이’와 이번 작업에 등장하는 ‘안경민물가마우지’는 실재를 감각하기 위한 관계 맺기에 가깝다. 현실과의 괴리는 첫 번째로 사실 이번에 공공예술과 개인작업으로서의 예술 활동을 내가 과연 구분지어 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해결되지 않은 아쉬움에 가깝다. 개인적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기존 작업과 다르게 하려고 시도했으나, 그 시도가 보는 이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공공기금을 사용해서 맺은 결실이 적합한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덩굴이와 안경민물가마우지의 서사적 차이는 앞선 질문과도 연결되는데 이번의 팩션(faction)은 현재, 지금, 여기의 공공을 놓치지 않아보기 위해 조금더 적확한 사실을 녹였다. 두 번째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사이’로 감각하고 그것을 얽히게 만들어 어루만지는 실험을 할 수 있는 매개체이다. ‘얽힘’은 페미니즘, 환경정의, 탈성장 등의 담론에서 살펴보면, ‘자기-만짐’을 통해 타자에 대한 윤리와 책임을 살과 뼈로 육체화하는 작용이다. (*캐런 바라드, 스테이시 앨러이모 참조) 즉,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 이전의 감각이 이미 내 몸에 새겨져 있고, 그것을 찾기위해 잠시 덩굴이 되고, 가마우지가 되어보는 것이다. 그 잠깐의 시간에서 흘러나오는 상념을 포함한 여러 가지의 이야기는 당연히 일상을 살아가는 현실과 다르다. 사전적 의미로, 괴리감은 ‘서로 어그러져서 동떨어지다’라는 뜻인데, 현실과 이상이 이미 동떨어져있다고 냉소적으로 볼 일이 아니라, 현실과 이상이 뒤틀리든, 빗나가든, 어그러지든 원래 맞물려있다고 느끼는 게 새삼 중요해졌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뉴스를 접하면 허구처럼 느껴진다. 허구와 실재의 경계,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정확히 짚어내기 불가능해보이는 물질세계에 내가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그 물질세계임을 인식하면, 뒤죽박죽 엉킨 실타래를 풀어갈 용기가 그나마 생긴다. 나를 어루만질 때 함께 만져지는 존재가 있다는 눈에 잘 안 보이고, 놓치기 쉽지만 그게 ‘사실’임을, 허구로부터 찾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