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는 욕망의 지형: 출몰이의 탐사>

조말

Artist

조말
조말은 한국 역사의 자취 속 믿음, 신념, 광기가 촉발하는 지점, 극적인 상태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과거 비운의 시대, 폭력의 역사적 사건을 조사하고 보이지 않는 틈을 발견하여 서사를 만든다.




나타났다 사라졌다 - 출몰 개요


✧ 출몰지
충남 부여 백마강변

✧ 출몰일시
2022.09.16(토)
✧ 출몰 내용
  1. 출몰이와 함께 특정 지역(울산-부여-시흥 거북섬-밤섬 인근)의 흙을 채취하여 이동하며 흙을 섞고 이동시킨다. 채취한 흙을 이동시키는 것으로 상징되는 이동하는 욕망의 새로운 지형을 만든다.
  2. 관련 텍스트나 모형을 지정 장소에서 조형한다. (퍼포먼스)


✧ 출몰 방법
작가의 주도 하에 퍼포먼스, 현장참여로 진행된다.


출몰이의 여정 페이지로 이동
“저를 보세요. 제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저는 여기에도 출몰하고 저기에도 출몰해요. 정해진 주거지가 없는 셈이지요.”


출몰이 3호는 여러 사람의 옷, 쓸모없는 천, 모자, 버려질 뻔한 옷을 기부받아 조각으로 엮어 옷을 입혔습니다. 기부해주신 분은 강정아, 봄로야, 천근성, 김민주, 노드 트리, 조말입니다. (출몰이는 1~3호까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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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나의 ‘출몰지’(장소)를 소개주세요.
지도 링크

시흥 거북섬
작년에 김재민이 작가님과 리서치트립했던 장소이다. 인공호수 시화호에 인공섬을 만들었다는 것, 그것도 정확한 거북이 모양의 섬. 이 섬의 거북이 배에 해당되는 공터에 출몰하였다.
경기도 시흥시 시화MTV(Multi Techno Valley)에 조성된 거북이 모양으로 생긴 인공섬이다. 시흥시에서는 거북섬 일원에 세계적인 해양레저 복합단지를 조성하여 지역관광산업 부흥을 도모하고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거북섬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시아 최초 인공서핑장인 웨이브파크가 있고, 근처에 다양한 카페와 식당이 있어 여름휴양지로 부상하고 있다. (http://www.ktourmap.com/spotDetails.jsp?contentId=2781820)


부여 백마강
나는 이 백마강 다리 밑 물이 흐르는 강가 옆 고동색의 고운 흙이 있는 공터에 자리를 잡고 작가 세분과 출몰 퍼포먼스를 하였다. 강 건너편에는 지난 여름 홍수가 나는 바람에 물 위에 떠 있어야할 ‘규암나루터'가 땅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져 있었다.
금강 하류. 백마강은 소정방이 백마의 머리를 미끼로 하여 용을 낚았던 바위를 조룡대(釣龍台)라 하고 강의 이름도 사하(泗河)에서 백마강(白馬江)으로 바뀌었다고하나, 백제 말기보다 1백 60여년 앞선 무녕왕시대의 기록에 이미 금강을 ‘白江(백강)’으로 표기했던 사실이 있고 역사적으로 말(馬)을 ‘크다’는 뜻으로 써온 것을 감안할 때 백마강은 곧 ‘백제에서 가장 큰 강’이기에 붙여진 이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백제가 멸망할 때까지 백제의 심장부였다. 백제가 멸망할 때 삼천궁녀가 백마강으로 몸을 던졌다는 전설의 낙화암(落花巖)이 있다. 토사의 퇴적이 심하여 매년 하상(河床)이 높아지고 있으며 범람이 자주 일어나 홍수 상습지역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백마강 [白馬江](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서울 한강 밤섬 건너편
서울의 중심인 한강, 1985년 시공했다는 공공하수도 시설인 한강양안분류하수관로 맨홀에 출몰했다. 서울의 근대화⋅산업화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맨홀 뚜껑 위에 그려져 있는 로고에 흙으로 나뭇잎을 조형했다.


울산 태화강
태화강은 울산의 산업화가 진행될 당시 심각하게 오염되어 악취를 뿜어내는 강이었다. 이후에 수질 개선에 힘을 기울여 회복된 강이다. 태화강 한가운데 성남동 번영교 바로 밑, 물이 아주 가깝게 흐르는 강가, 비둘기들의 쉼터이자 화장실로 추정되는 공터같지 않은 공터에 자리를 잡고 홀로 흙 조형만들기 퍼포먼스를 했다.
울산시를 지나 동해로 흘러드는 강.태화강의 본·태화강의 본·지류는 울산시의 농업 용수원과 울산공업지역의 공업 용수원으로서 큰 구실을 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출몰지’를 그곳으로 선정하게 된 이유나 기준이 있을까요? (그동안의 작업 리서치 과정이 답변에 드러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출몰한 모든 곳은 작년에 리서치트립과 개인적인 일과 방문으로 연이 있는 곳이다. 모르는 지역을 가는 것보다는 오랜시간 그 곳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들인 곳에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선정한 지역은 강을 끼고 있으며 인류의 역사가 강을 중심으로 발전해나감을 생각할 때 강과 흙은 연관이 깊다. 없었던 땅을 만들기 위해, 없던 건축을 짓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는 흙이다. 욕망이 머문 곳,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제일 처음 모아지는 것이 흙이다. 흙에는 욕망과 염이 스며있다. 흙은 어디로 흐르는지, 강의 흐름을 따라 흙을 찾고 따라가 보았다. 그에 따라 이동하는 욕망의 지형을 은유하는 활동을 하였다.



이번 ‘출몰’을 통해서 만난 혹은 발견한 것(옵드라데크*)이 있다면?
* 옵드라데크는 도시와 도시 간의 격차, 쓸모와 쓸모 있는 것을 구별하는 공간과 장소의 격차에서 나타나며  비인간, 사물, 기능성을 요하지 않은 물성으로 등장합니다. 지난 2년간 <욕망이 빠져나간 자리>를 탐색한 여정에서 빠져나간 자리에 비어있지 않은 자리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 실체적인 이미지를 작가들이 생각하는 옵드라데크 개념으로 자유롭게 써 주시면 됩니다.
1. 부여에서 부드러운 흙 무덤에 빠졌던 노드트리의 막내 차
흙이 단단한줄 알았다. 자동차의 네 바퀴가 서 있기에 충분할 줄 알았다. 그런데 보기와는 달랐다. 흙은 꽤 두껍게 쌓여 있었고, 바닷가 해변의 모래처럼 푹푹 빠지는 성질의 땅이었다. 노드트리에게 빌린 막내 차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흙 무덤에 속수무책으로 빠진 사건을 겪으면서 흙을 보송하게 만들어 형성하고 있던 공기가 옵드라데크라 생각했다.


2. 울산 태화강 번영교 밑 비둘기들의 쉼터이자 화장실이었던 곳
그곳엔 비둘기의 똥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 똥들을 보며 온산공단에 섬처럼 있던 망향공원이 떠올랐다. 공장지대가 끝없이 펼쳐진 곳에 덩그러니 고향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놓았다는 망향공원은 기괴했다. 찾아오는 사람은 드물었다. 공원 꼭대기에 세운 망향비는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한참을 생각했더랬다. 출몰한 번영교 밑, 비둘기 똥이 쌓여 있는 그 곳의 바로 옆에는 산책로가 있다. 사람들이 건강한 일상을 누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비둘기도 와서 안심하며 배변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관리하지 않으면 과거 오염된 땅과 강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불안감이 느껴지는 그 작은 공터가 망향공원의 처지와 비슷하다 생각했다. 비둘기의 똥이 쌓인 작은 공터는 옵드라데크이다.




이번 ‘출몰’에서 기존에 작가님이 해 오던 작업스타일(전시, 퍼포먼스 등)과 다르게 시도해보려고 했던 지점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퍼포먼스와 영상은 지양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출몰에서는 이 둘을 모두 시도했다. 가장 몸을 사리는 방식인데도 불구하고 작업의 내용과 특성상 이 두가지 방식이 적합하다는 판단.. 운명에 놓이고야 말았다.
프리뷰 ‘출몰'에서는 직접적인 몸의 활동,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출몰한다’는 단어의 뜻이 그 자체로 ‘행동'과 ‘시간', ‘장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 세가지를 모두 충족하기 위한 적합한 방식은 퍼포먼스와 영상찍기였다.

출몰이의 서울역 흙찾기


출몰이의 설법



작가님이 생각하는 ‘출몰’은 어떤 행위인 것 같나요?
잘 사라지기 위해 반복하는 연습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주 떠올랐던 감정의 팔레트를 만들어 본다면, 어떤 감정 단어들을 제시해줄 수 있나요?
아련. 쓸쓸. 단호. 미련. 낯설음. 용기 



프로젝트 과정에서 작가에게 빈 자리(보이드)들은 무엇이었나요? 그것은 작가가 관심을 두고 있는 욕망들의 지형(출몰)과 어떤 관계를 그리나요?
출몰하는 기간동안 여러 지역에서 섞은 흙을 따뜻한 방안에 보관하였는데 흙이 발효를 하였다. 그 냄새는 보관용기 뚜껑을 열자마자 옆에 있던 사람들을 급히 도망가게 했다. 보관용기 뚜껑에는 물방울이 맺혔는데, 그 안에서 흙은 끊임없이 살아 움직였고 존재를 드러냈다. 흙에는 정말 내가 생각한 비유적인 차원뿐만이 아니라 자체로 욕망 덩어리인지도 모르겠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 ‘발효'였다. 흙이 발효되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 흙에 찹쌀가루를 섞었기 때문도 있지만 미생물이 있는 지역의 흙을 섞었기 때문이다. ‘발효'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활동이고 그것은 좋은 향기를 낼 수도 악취를 뿜어 낼 수도 있다. 거북섬 배의 위치에서 얻은 흙을 섞고 난 후에는 악취가 났고, 부여에서 공기가 섞인 부드러운 흙을 섞었을 땐 누룩의 향기를 풍겼다. 어떤 욕망이 섞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며 욕망의 지형은 ‘발효된 흙'으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나의 빈 자리(보이드)는 ‘발효된 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