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내리는 길: 서울은 내리막 길>

김재민이

Artist

김재민이
<오근세/국문광의 길(2021)> 프로젝트로 도심 주변부에서 서울로 진입하려했던 인물들을 기리는 순례길을 기획했다. 2022년에 연수문화재단과 함께 인천 송도의 탄생을 따라 광활간척지를 헤매보는 ‘송도 데리브 워크’를 디자인했고 문학가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귀가 여정을 따라가는 순례를 구상 중이다.




나타났다 사라졌다 - 출몰 개요


✧ 출몰지
경기도 양주시 - 중랑천 - 서울 옥수역

✧ 출몰일시
2023. 10. 25(월) ~ 10.26(화)
✧ 출몰 내용중랑천을 따라 움직이는 서브컬쳐, 변두리인의 자부심 그리고 어쩌면 서울땅을 형성했을지도 모르는 고대 양주땅의 솓구친 용암(lava)의 길인 중랑천을 따라 달려봅니다. 욕망의 (출)몰은 없어졌다 다시 나타난 섬에서 마무리하며 변두리 문화의 존재와 그의 건재함을 확인한다.

✧ 출몰방법
경기 양주는 칼데라이며 마그마가 폭발하여 서울의 지형을 이루었다는 가정으로 시작한다.
- 25(월) 칼데라 지형 확인을 위한 양주시 불곡산 등반. (작가 및 내부자)
- 26(화) 양주에서 서울까지 용암(lava)이흘러내린 길을 따라(중랑천) 자전거로 이동. (사전 모집, 8인 내외) 



Interview


나의 ‘출몰지’(장소)를 소개주세요.



‘출몰지’를 그곳으로 선정하게 된 이유나 기준이 있을까요? (그동안의 작업 리서치 과정이 답변에 드러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인천 부평과 부천 경계에 살았었습니다. 친구 ‘김보슬’님이 부평 칼데라에 대해 알려줘서 머리를 쳤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칼데라 지형 안에 살고 있었습니다. 답답함, 공해, 인천이지만 다른 인천과는 다른 생활권, 그리고 의미없던 부평을 둘러친 산지까지 모종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는 쾌감을 느꼈습니다. 그러고나서 도시 그리고 서울에 관한 리서치를 하다 부평 칼데라보다 오히려 더 큰 유사 지형을 수도권에서 보게되었습니다. 그 곳이 양주였고, 나는 양주의 거대한 칼데라 지형을 채우고 있던 마그마가 터져나와 흘러나간 라바의 흐름(중랑천) 을 따라가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전 리서치 및 사진촬영 때 종착지로 정한 옥수를 모두들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 우리앞에 나타난 땅이 ‘저자도' 입니다. 자연스럽게도, 라바길의 종착지는 저자도로 정했습니다. 떠내어 버린 흙과 모래, 그 저자도 땅엔 분명 양주에서 흘러내려간 흙이 당연히도 섞여있기 때문입니다.

이 땅이 누구 땅이냐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아닙니다. 단지, 땅은 흐르기도 하고, 빠져나간 어느 땅의 거대한 흐름은 북한산 줄기를 쪼개버릴 정도로 강력했고, 반작용으로 솟아오른 산(불곡산)은 웅장했으며, 거기 사는 변두리인은 마치 흘러내린 라바처럼 서울로 중심으로 흘러내리고 있다는 상상을 하기 위함입니다.





이번 ‘출몰’을 통해서 만난 혹은 발견한 것(옵드라데크*)이 있다면?
* 옵드라데크는 도시와 도시 간의 격차, 쓸모와 쓸모 있는 것을 구별하는 공간과 장소의 격차에서 나타나며  비인간, 사물, 기능성을 요하지 않은 물성으로 등장합니다. 지난 2년간 <욕망이 빠져나간 자리>를 탐색한 여정에서 빠져나간 자리에 비어있지 않은 자리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 실체적인 이미지를 작가들이 생각하는 옵드라데크 개념으로 자유롭게 써 주시면 됩니다.
언어로 역사를 기록하지 않는다는 곳,  ‘조미아(Zomia)’ 처럼, 함께한 우리들의 여정에도 이 가득했습니다. 세상에서 문제라 치부한 장소에 관해서요, 우리가  듣고, 읽었을때와 직접 그 땅을 찾아가 그 땅에 서 있을 때,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우리는 함께 먹고 움직이고, 방에 들어가 잠을 잤습니다. 그 동안 모래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 사이를 스쳤고, 때로는 흰 뭉게구름도 볼 수 있었습니다. 흙먼지 사이로 공장 굴뚝이 보였고, 바다, 또 바다를 계속 만났습니다. 국가 주도의 거대한 사업 귀퉁이에서 무력감과 알쏭달쏭한 울분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반항을 투정처럼, 예술이라면 위트있고 예의바르게 가려 마음먹었습니다. 혼자 할 때도 있지만 여럿이 행진합니다. 나의 발견은, 함께한 움직임의 힘이였습니다.


이번 ‘출몰’에서 기존에 작가님이 해 오던 작업스타일(전시, 퍼포먼스 등)과 다르게 시도해보려고 했던 지점은 무엇인가요?
거리가 멀다보니 걷고 뛰기보다는 자전거를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더 나아가 바퀴가 달린 자전거는, 경사, 그러니까 흘러내리는 신체 경험을 보다 확실하게 몸으로 기록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따릉이가 상징하는 서울의 테두리를 시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Research Book - Travelogue of Bulgok Mountain(PDF)




작가님이 생각하는 ‘출몰’은 어떤 행위인 것 같나요?
누군가는 어떤 존재, 어떤 장소는 잘못 태어난 운명이라고 까지 말합니다. 그런데 저는 잘못 위치했다고 하는 곳 조차도 그냥 생긴 것 같습니다. ‘출’은 그냥 생기는 것, 몰은 나타남에 따른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없어져 버리는 곳과 것에 이유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욕망으로 인해 없어졌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어떻게 해도 실수처럼 보이는 나타남은 반복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자료] 오픈리서치트립 <길이없는 땅 : 거북섬>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주 떠올랐던 감정의 팔레트를 만들어 본다면, 어떤 감정 단어들을 제시해줄 수 있나요?
우리 동네를 그냥 내버려두어야 할 지도 모릅니다. 한때의 영광이었건, 지나간 기억이건 지금은 쉬어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변하고 쇠퇴하는 땅에 필요한건 어쩌면 밭을 일구 듯, 봄에 땅을 뒤집듯 뒤집고 기다려야 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제 구성원이 바뀌고 있고, 생각도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는 과거를 붙잡는 형식이 아닌 새로운 상상력을 가져온 실험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픽션을 통해 중심과 주변의 우발적 관계를 드러내(거나 생성하)는 작가님의 작업에서, 역사와 허구(픽션)의 교차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저는 역사 속 이야기를 교훈 받아들이듯 하고 싶지 않습니다. 역사를 받아들이기가 힘들 때, 역사의 의미를 알기 힘들 때, 허구와 비유가 저를 돕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역사와 허구의 교차를 물어보신다면, 어쩌면 역설적이지만, 역사와 허구의 교차가 없다고 생각할 때, 그러니까 허구를 허구라 생각하지 않을 때 의미가 생길 것입니다. 울림을 주었던 여러 문학가들이 일깨워 주었습니다. 허구속에 존재하는 진실을요. 저 또한 제 예술적 실험의 허구가 허구라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